감구지회(感舊之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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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42회 작성일 19-07-17 09:48본문
감구지회(感舊之懷)
정월(正月)칼 바람이 차창을 할퀼 때
보랏빛 아내와 오렌지 빛 아들과 함께
직행버스에 짐을 싣고 가파른 고개를 넘던 날
전날 내린 폭설도 앞길을 열어 주었다.
삼년간 나그네로 지내던 마을은
나의 생애(生涯)에 하란 땅이었다.
부친(父親)을 낯선 땅에 묻고
혈육(血肉)몇을 외로운 지대에 남긴 채
자존자의 부르심을 거절 할 수 없어
젖 먹는 송아지를 둔 어미 소처럼
연실 뒤를 돌아다보며 아홉 살이 고개를 넘었다.
고독한 길을 평생 걷겠다는
무쇠보다 더 단단한 결심이 섰을 때
서글픈 눈빛으로 하염없이 눈물짓던 어머니가
굳은 땅 같은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자
야곱의 기도로 손을 얹을 때 가슴이 뜨거웠다.
지금 달려가는 이 길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아니라
물과 양식이 없는 광야(廣野)길일지라도
나는 이 길을 마다않고 달려가리라.
세찬 눈보라가 앞길을 가로막고
높은 풍랑이 의지를 사정없이 흔든다 해도
중간(中間)에 뒤돌아서지 않으리라.
지금 넘는 고갯길이 차마고도라도
아마존의 밀림지대일 찌라도 나는 가리라.
뜨거운 마음으로 나의 맘을 열어 보일 때
눈 덮인 소나무들 사열(査閱)하고
맷새들 따라오며 합창을 불렀다.
사십년 후의 그 고개를 되짚어 넘을 때
나만의 감회(感懷)가 별처럼 눈앞에 쏟아진다.
2019,7,17
댓글목록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홉살에 굳은 결심으로 고개를 넘었는데
사십년이 지난 후 그 고개를 다시 넘으며
지난 세월 그 시절을 생각하셨군요
감회가 새로우셨겠습니다
감사히 감상합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건강하십시오^^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지나고 보면 그 지나온 자리
그리고 흔적이 지워졌어도
찾아가 보면 눈 안에 그대로 모두가 새롭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