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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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정민기
한때는 계절의 옆구리를
긁는 개*라고 생각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더위와
화살처럼 쏟아지는 장맛비를
무슨 개 껌 씹는 것처럼 보았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그래도 좋다고
팔짝팔짝 몸으로 손뼉 치는
저 개구리, 개구리들
어제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다 들었는데 오늘은 글쎄
두꺼비가 뚜꺼비가 되는 소릴 들었다
푸짐하게 차려놓은 진수성찬처럼
늘어진 칡넝쿨이 잘려 나간다
고개를 들고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들이 천둥소리를 듣자
일제히 고개를 땅에 처박고
막바지 장맛비로 통곡한다
그 여름은 긁는 개처럼
초라하고 가엾기까지 했다
* 조선 시대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김두량의 수묵화,
'늙은 개'라고도 한다.
정민기
한때는 계절의 옆구리를
긁는 개*라고 생각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더위와
화살처럼 쏟아지는 장맛비를
무슨 개 껌 씹는 것처럼 보았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그래도 좋다고
팔짝팔짝 몸으로 손뼉 치는
저 개구리, 개구리들
어제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다 들었는데 오늘은 글쎄
두꺼비가 뚜꺼비가 되는 소릴 들었다
푸짐하게 차려놓은 진수성찬처럼
늘어진 칡넝쿨이 잘려 나간다
고개를 들고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들이 천둥소리를 듣자
일제히 고개를 땅에 처박고
막바지 장맛비로 통곡한다
그 여름은 긁는 개처럼
초라하고 가엾기까지 했다
* 조선 시대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김두량의 수묵화,
'늙은 개'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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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여름도 중심으로 지나
막바지를향하고 있습니다
심통이 났는지 비 같지도 비로 심통을 부립니다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올 가을에는 풍작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