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입추(立秋)
오늘 아침에는
어제보다 풀벌레 소리가 더 맑다
누가 여름이 아니랄까 봐!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새벽잠 설치고 대문을 나서니
가을이 성큼 서 있다
서늘한 긴 장마로
맘먹고 나들이 한 번 못한 여름
올 여름이야 좀 그렇고,
그런 여름이라서
간혹 들려오는 매미 울음만이 애처롭다.
가을이 오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슬한 바람에
장맛비로 축쳐젔던 지난 나날만큼이나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올 가을에는
어디에 빌붙어 살아볼 거나
벌써 근심스러운데,
아침 저녁으로 울어 대는 귀뚜라미도 그렇고
어스름께에 서글피 멀어져 가는
두견새 울음도 그렇고
차라리
고향에, 그리운 고향에 가서
옛날 아버지처럼
감나무 붉게 타는 묵정밭에
허수아비 하나 세워 두고는
콩깍지 타닥 따닥 거리며
오색 물결에 타는
이 가슴 한 저름 물고
가을 하늘멀리 날아 가라고
참새와 콩새란 놈에게 부탁이나 하고
그 묵정밭에
내 마음 한 자락 내려 놓는
가을이면 참 좋겠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고향의 묵정밭이 그립죠
돌아갈 땅이,,,
그리움만 가슴에,,,
그리움이 있다는것도 참 좋은것
마음이 하늘을 날아서 고향에 갑니다
고향 떠난 도시인들의 마음
올 가을에 건강들 하셔 아름다운 가을을 담아요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고운 시향에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저도 입추 아침에
풀벌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이제 여름이 물러 가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가을이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