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에 나는 놀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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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97회 작성일 19-08-11 12:56본문
그 여름에 나는 놀고 먹었다 / 유리바다
옛날에 그랬다
배짱이 소리 들어가며 여름이면 나는 놀고 먹었다
개미 집을 파헤치면 애벌레가 나온다
무엇을 준비하는 비장한 일이라도 있는지,
주는대로 먹고 마신다
다만 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늘 애벌레였다
어여 먹어야 후딱 클 거 아닌게벼, 그 생각 밖엔 없었다
육체로 자란 것은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영으로 자란 것은 영생을 이룬다는데
그런데 애벌레로 살던 나에게
송구영신 호시절 불로불사 인영춘 한다는 소식
어느 외모가 초라한 어미 개미가 일러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꿈을 꾸며 자라났다 과연,
내가 어른 개미가 되어 집밖에 나와 보니
수만 마리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보다
한마리 외로운 어미가 들려준 소식이 참말이었다
배짱이가 아름다이 노래하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그 시체를 다른 개미가 분해하는 동안
나는 꿈과 함께 빛을 향해 날아가는
한마리 날개달린 개미가 되어 있었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향에 한참을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목소리가 좀 그러합니다
예전에 누가 그러더군요. 다양한 천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자연 사물도 음악도 그러하지 않은가요.
정혜 시인님.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