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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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소리 / 유리바다
세상 떠난 아버지가 30년 만에 찾아왔다
평생을 막걸리만 마시던 아버지는 그 힘으로
도끼로 장작을 패고 농사를 짓고
집채만 한 짐 덩이 지게에 얹어 삼 십 리 길을 오르내렸다
막걸리를 항아리 채 드시던 아버지,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밤새 입에서 선인장 꽃 같은 욕이 나온다
개돼지보다 못한 세상이데이, 세상 말세라카이,
에라이 도둑놈들, 사기꾼들,
그라고 무신 늠의 교회 목사가
오데 그 지랄하는 목사들이 다 있노 어이?
깊은 잠에 빠진 나를 툭 툭 깨우고는
야 이놈아,
니도 저런 인간들처럼 살마 내 당장 패 쥑이뿔끼다
이른 아침 아버지는 다시 나무 장작을 패고 짚을 썰어
가마솥에 소 죽을 끓이고 밭을 일구며 씨를 뿌린다
나는 지금도 성경책을 열면 겁이 덜컥 난다
사랑과 진노가 함께 어우러져 들려오는 그 소리
야 이놈아, 니도 저따구 인간들처럼 되마
내 자식이라도 당장 패 쥑이뿔끼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글 솜씨는 역시 청산 유수
잘 감상하고 갑니다 유리바다님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옛날 우리 아버지들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다녀가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