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8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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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8월에게 / 유리바다
이왕 가시는 걸음에 한번 들러주십시오
짧은 머리면 어떻고 속이 훤히 비치는 민소매 나시면 어떻습니까
민망해 마시고, 나 대접할 거라고는
미안함과 감사함이라는 이름의 차한잔 밖에 없습니다
당신도 해마다 오가시느라 지치고 나도 차츰 늙어갑니다
피곤치 않은 만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하늘이 명한 거룩한 성교 한번 못해보고
짝짓기로 세월만 보냈습니다
계절 밖에서 살았던 탓일까요, 만나는 인연마다 아니더군요,
그들이 나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끝없는 반목의 사랑을
당신과 차(茶)를 나누며 이제 마침표를 찍고 싶어요
젊을 때는 천둥 번개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더니
이제는 두렵습니다
당신의 동료들에게 가서 내 얘기를 전해 주십시오
단풍이든, 눈(雪)이든, 꽃이든,
반드시 계절 안에서만 거룩한 성교를 하겠다고
휘몰아치는 세상 바람과 함께 전해주십시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만물은 다 때가 있고
일도 기회가 있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고
참을 줄도 알면 돌고도는 세상 만나지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안국훈 시인님. 좋은 하루되십시오.
하영순님의 댓글

벌써 팔월 꼬리를 내리니 구월이 넙죽 거리네요
유리바다 안녕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네, 하영순 시인님. 요즘 바람이 시원해서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