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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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04회 작성일 19-10-19 11:03본문
낙엽을 보며
첫 순을 터트리던 그날
너의 운명은 오늘이 결정되었다.
마지막 날이 오리라는 것을
너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피어보지 못하고 사그라진 잎에 비하면
너희들은 천운(天運)이었다.
녹음(綠陰)의 황금기를 넘어
무수한 생명체의 노래를 들었으리라.
잔인한 디나스에서 링링까지
예닐곱 번의 열대저기압의
맹렬한 습격에도 버티어 온 것은
스스로의 강인함이 아니었으리라.
이제 황금수의를 입고
천 길 낭떠러지를 뛰어내릴 시간이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
낙엽아! 떨지말아라.
어금니를 꽉 다물고 뛰어내려라
기왕이면 포물선(抛物線)을 그으면서
고공비행을 하며 뛰어내려라.
처박히듯 천박(淺薄)하지 말아라.
당당하게 뛰어내려라.
죽음이 아름다움을 한 몸으로 보여주라.
매달린 삶을 정리하고
진짜 자유의 땅으로 가는 시간이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내려라.
나 또한 그날이 오면 그렇게 하리라.
2019.10.19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온갖 어려움을 겪어내고 황혼의 물 짙게들어 이제는 낙엽귀근의 시기에 왔음을 깨닫고 머뭇거릴때 시인님께서는 웃으며 용기있게 뛰어내리라고 용기를 주시나 봅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도 그래요 첫 울음 울 때 이미 모든 것은 결정 되지요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박인걸 시인님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왔으면 가는 것이 순리겠지요
흙 위의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홍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제 이어령 선생님의 기사를 읽었는데,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아름다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죽음에 대해 묵상하는 좋은 시간 주셔서 감사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푸르던 시절에는
많은 이들 즐겁게 하고
모든 것 헌신하고 떠나는 낙엽
그러고도 부엽토가 되어
이롭게 해주는 낙엽입니다
감사히 감상합니다
휴일의 남은 시간도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