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숲에서 전화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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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숲에서 전화를 하다 / 유리바다 이종인
수신거부를 내가 해놓고
혼자 가을 단풍나무 숲에서 전화를 해봅니다
그대 여전히 예쁘게 잘 계시는지
나의 생애 만남은 영화처럼 찍혔으나
이별은 예쁘지 못하여 단풍나무 숲에서 말을 합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밤마다 나무에서 불을 밝히고
못 다한 이야기는 바람이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못 하고
눈빛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세월이
억만 별빛이 되어 총총 하늘을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대 추억을 물들이는 주연 배우처럼
여전히 가을로 살아가고 계시는지
어쩔 수 없이 그대 나에게 섭섭하여도
인생의 헤어짐이 만남보다 예쁘지 못한 것은
허망함을 통해 참(眞)을 배우는 까닭으로
없어져가는 세상보다 새 하늘을 택한 까닭으로
나는 단풍나무 숲에서 불타오르며
당신에게 전화를 합니다
수신거부를 내가 해놓고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가끔은 내 마음만 생각하고
정작 상대 마음 헤아리는데 인색하지 싶습니다
하루 다르게 곱게 물드는 단풍나무를 보며
문득 안부 전하고 싶은 사람 있습니다
남은 시월도 행복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