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이빨 없이 짖어대는 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인은 이빨 없이 짖어대는 개다 / 유리바다 이종인
제목부터 정해 놓고 시작하는 하루가 있고
내용부터 써놓고 제목을 정하는 때가 있다
썩어질 육체를 위해 살지 마라 하면
나의 두 다리는 세상과 하늘을 겸하여 딛고 있다
나태하고 안일한 삶에서 떠나라 하면
내가 그 눈치를 보며 살 때가 있다
입으로는 수천 번 더 천국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시를 쓰다 말고 멍한 눈빛이 허공에 정지될 때
어디서 멍멍 개짖는 소리 들린다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개소리는 부드럽다
너와 나를 향한 말이기에
이빨 없이 짖는 개소리는 음악이고 경고음이다
이빨 없이 짖어대는 개는 참 예쁜 시인이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개 짓는 소리도 가끔은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보는 기회
주인을 보호하려고 개는 짓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개(犬)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육(肉)적인 존재로 자신의 영역과 주인을 지키기 위해 짖는 개가 있고
이러한 개는 아무리 좋은 뜻을 말해줘도 동문서답을 잘 하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살아갑니다
하나는 영(靈)적인 존재로 육체의 눈으로 보고 육체로 살다가는 세상을 향해 짖는 개가 있어요
하지 마, 그건 나쁜 거야,
또 아름다운 것을 보면 음악처럼 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