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季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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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季節)
한 중년 신사가 공원 밴취에 앉았고
빛바랜 낙엽이 뚝뚝 떨어진다.
사색에 골몰(汨沒)하던 사내는
어떤 결심을 한 듯 일어나 사라졌다.
차가운 바람이 공원(公園)을 맴돌고
낙엽들이 따라 맴을 돈다.
사라지는 바람을 따라가던 잎들은
제풀에 꺾여 힘없이 주저앉는다.
또 바람이 불면 낙엽을 날려갈 테고
운 좋게 아직 붙어있는 잎들도 질 것이다.
텅 빈 공원에는 허무(虛無)가 자리 잡고
긴 침묵(沈默)만 무겁게 쌓인다.
계절은 해마다 반복되는 시간의 유희일까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실물교훈일까
매년 이맘때의 공원 풍경은
나를 존재와 인식(認識)의 세계로 이끈다.
익은 모과하나가 내 발 앞에 떨어진다.
짙은 향(香)이 후각을 자극한다.
2019.11.22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순리라 하기에 너무 냉정한 것 같아요
문득 거울을 보며 비춰진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랬지요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일 수 밖에요
이 것이 인생의 계절일까요
잘 감상했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이맘때면 계절은 사람들을 존재와 인식의 세계로 이끄나봅니다. 왜 태어나고 살고 죽냐 하는 문제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나 봅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가을이 깊어질수록
사람마다 느껴지는 정서가 다르나 봅니다
모과 향을 느끼는 사람 있고
김장 분비에 발 동동거리는 사람 있고
마음은 포근한 마지막 가을날의 한 주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