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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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샘이길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0회 작성일 19-12-10 10:16본문
<정>
- 시 : 돌샘/이길옥 -
수령 600년을 훨씬 넘은 마을 어귀 느티나무 밑
주춧돌에 썩은 다리 얹고 세월을 지탱해온 낡은 정자에
백발 할머니 두 분이 앉아 나를 보시더니
시든 기억의 늑골에 허물어져 가는 총기를 일으켜 세우느라
풀린 눈꺼풀에서 경련을 걷어낸다.
이미 지워진 기억에서 나를 꺼내려고 황소 눈을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눈가에 파리 한 마리 할머니의 신경을
들었다 놨다 한다.
우리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오리무중으로 몸을 감추는
나라는 존재에 도리질을 하고 관심을 거두려는 할머니들이
그래도 혹시나 하는 호기심의 심지에
‘뉘시오.’라는 말을 붙인다.
내 기억 어디에도 얹혀 있지 않은 할머니들의 쪼글쪼글한
주름 깊숙이 대낮인데도 어두운 그 깊은 골에 쭈그려 앉은
세월의 찌꺼기를 보면서
‘지나는 사람이네요.’ 건넌 말에 실망 덩어리를 부려놓으며
그러면 그렇지 생각하는 할머니의 허탈감이
말라 떨어지는 느티나무 잎에 실려 뒤집힌다.
600살도 더 먹은 느티나무 그늘을 이고 썩어가는 정자
삐걱거리는 판자 벌어진 틈으로 빠져나는 세월을 붙잡으려는
할머니들의 기쁜 숨결이 아무 관계없는 내 발길을 막는다.
우린 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댓글목록
시앓이(김정석)님의 댓글
시앓이(김정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겨운 풍경이 상상 됩니다. 복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