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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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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임영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65회 작성일 20-02-18 23:13

본문

눈꽃 그녀





능선을 따라 흐르는 눈꽃에 탄성을 질러대며
부지런히 따라오던 그녀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미끄러지다시피 돌아다보니
허방에 가슴까지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고사목을 꺾어 발판을 만들고 배낭을 구명줄삼아
겨우겨우 끄집어내고 나니
둘 다 체면이고 뭐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부둥켜안고 뒹굴면서 서로의 숨결까지 자연스레 익혀
애초에 저물기 전에 돌아 가리라던 마음을 바꿔
산장을 찾아 묵을 수밖에 없었다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되어 무모하게
겨울 한라산을 따라 오른 그녀도
철없이 날뛰던 나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새파란 대학생들이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그보다 더 당당한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어찌되었던 이후 그녀는
산산이 흩어져도 절대 지워지지는 않았고
이국땅 어디에서도 언뜻언뜻
눈에 파묻힌 한라산 겨울산장이 무시로 떠오르고
해사하던 그 얼굴이 눈꽃마다 피어나
수십 번의 겨울을 달콤하게 반추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평화문단.2010.1.13

추천0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그 친구도 가끔 기억하며 
그리운 옛날 생각하겠죠
 감사합니다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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