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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天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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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백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69회 작성일 20-02-29 06:50

본문

천벌(天罰) / 성백군

 

 

잎 다 떨군 나목의 가지 끝

가랑잎 몇 남아

불어오는 바람과 맞서고 있다

 

바람결에

오들오들 떨면서,

용기는 가상 타만 실익이 없으니,

그래 보았자 헛일 아닌가

다시, 새잎이 되어 팔자가 바뀔 것도 아닐 텐데

 

나고, 죽고, 떠날 때는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지만

그럼 나는 무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차라리, 그럴 바에는 천벌이라도 받는 게 낫다며

 

나목의 우듬지에서

펄럭이는 깃발처럼 나부대는 가랑잎

나 좀 보아 달라고

떨어져 땅 위에 뒹구는 동료들의 주검이

부활할 때까지

허공에다 철학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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