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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와 시작노트 제7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02회 작성일 20-03-12 05:40

본문

어머니가 은하수에 호미를 씻는 것은

 

-정성수鄭城守-

 

흐르는 은하수에

어머니는

흙 묻은 호미를 씻었다

별들은 오랫동안

어머니 곁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헛간 벽에 걸린 호미가

어머니의 허리처럼

굽은 등을

은하수에 비쳐 본다

 

밤마다

어머니가 은하수에 호미를 씻는 것은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였다

 

□ 시작노트 □

 

철학자들이나 인류학자들은 인간을 가리켜 "호모 바베르" 즉 노동하는 존재라고 했다. 노동은 사람을 사람 되게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특성이 있다. '노동'이라는 말에는 '막노동'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인간에 있어서 노동은 생계의 수단을 넘어선다. 노동은 정신적인 노동이든지 육체적 노동이든지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인간들은 노동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작금의 정보사회에서 노동은 풍족한 물질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물질을 만들어 내는 육체노동은 정신노동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한다. 하지만, 현재의 육체노동은 크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노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결코 노동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후에는 일정한 휴식을 취하고 새롭게 노동에 임할 수 있도록 노동 조건이 끊임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노동의 종말은 개인의 재앙이 아니라 인류의 종말이다.

 

 

-정성수鄭城守-

 

밭을 갈던 소가 갑자기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워워~

소리를 쳤습니다

엉덩이를 주먹으로 쳤습니다

소고집을 부립니다

이 놈이 왜 이러지? 옆에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글쿠나

나만 아침을 먹고 너는 굶었구나

얼른 풀 한 줌을

소 앞에 갔다 놨습니다

늦은 아침상 앞에

소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는 소의 큰 눈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 시작노트 □

 

불교 선종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인 십우도十牛圖가 있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묘사한 것으로, 심우도尋牛圖 또는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소는 인간의 본성에 목동은 불도 수행자에 비유된다. 이런 소는 출생 이후 유순하게 하고 양질의 쇠고기를 얻기 위해 거세되고 뿔은 뿌리째 제거된다. 이상적인 무게인 1,100파운드(495kg)까지 체중이 불어나면 성숙한 소들은 트레일러트럭으로 옮겨진다. 도살장의 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압축 공기총이 그들을 기절 시켜 분해한다. 그리고 몸통에서 간, 심장, 장 그리고 다른 기관들도 제거한다. 진공 포장된 쇠고기 덩어리들은 전국 각지의 슈퍼마켓으로 보내져 정육점 카운터의 밝은 조명 아래에 진열된다. 소의 일생이다. 십우도여! 미안하다.

   

 

흘레

 

-정성수鄭城守-

 

능소화가 때죽나무 아랫도리를 친친 감았습니다

때죽나무가 수줍은 듯

능소화를 밀어내자

능소화는 감은 다리에 힘을 줍니다

그 아래 흙바닥이

축축하게 젖었습니다

 

담 너머에서 엿보던 호박벌 한 마리

몸을 흔드는 일이 힘 드는지

앞가슴을 열어 제키고 제 날개를 꺾어 부채질을 합니다

 

하기야 이 염천에 엉겨 붙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럼요

이 세상에 공짜가 있나요

사랑하는 일은 아랫도리가 얼얼한 일이지요

 

□ 시작노트 □

 

들판에 불붙더니 천지간이 활활 타오른다. 무심한 하늘은 천연덕스럽게 푸르다. 그러나 삼복 한복판에 염천이 있다. 환한 대낮의 공포다. 돈 주고 들어가는 한증막을 생각하면 염천의 하루도 견딜 만하다. 공짜로 주는 자연의 선물이 아닌가?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이 좋다. 이열치열이다. 청양고추 팍팍 뿌린 불닭 한 마리 시켜놓고 쇠주 몇 잔으로 염천과 맞장 한 번 뛰어보시라. 염천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 산천초목들이 숨을 죽이며 뜨거운 입김을 품어 낸다. 더위를 피해 피안으로 가는 사람 하나 있다. 낮술에 알딸딸하게 젖은 빨래를 내걸어야겠다며 계곡의 징검돌을 띄엄띄엄 건너간다. 사하라 사막에서 들려오는 낙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자작나무 숲

 

-정성수鄭城守-

 

자작나무들이 햇빛에 잎을 뒤집고 있었다

하늘이 키우는 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작나무에게 물었다

지금 생각은 흰지 검은지

회색빛은 어느 쪽으로 얼굴을 돌려야 하는 것인지

수피를 벗겨 편지를 써 보냈지만

오래도록 자작나무 숲은 바람 한 점 없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내게 보내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과

나무는 뿌리째 뽑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꼭대기에 오르면

저 아래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길 없는 숲이 인생이라면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자작나무에 회색빛 등을 기대는 날

설사 운명의 신이 고의로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작나무 숲은 통째로

아궁이 속으로 붉게 타들어가면서 자작자작 소리를 낼 것이다

 

□ 시작노트 □

 

자작나무는 樺(화)로 표기한다. 흔히 결혼식을 화촉이라고 말하는데 예전엔 촛불이 없어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 대용으로 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가 많은 지방에서는 기름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밝음과 빛의 상징이다. 신라 고분 김영총과 양산 부부총에서 나무로 만든 모자와 최고의 회화로 알려진 백마도가 이 자작나무의 껍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자작나무는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담아 전하는 유서 깊은 나무이기도 하다. 자작나무는 풍치림으로도 좋고 잎이 다른 나무에 비해서 빨리 피어 신록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가을에는 노란 단풍이 흰 줄기와 어울려 특유의 경관을 만든다. 일반사람들은 물론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무 중에서 가장 귀티 나는 나무인 자작나무는 나목裸木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다. 인고忍苦와 침묵의 의미를 아는 당신 같은…



심봤다

 

-정성수鄭城守-

 

까투리 한 마리가 장뇌삼 밭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무거워진 몸을 허공으로 밀어 올리는 순간

어디선가 한 방의 총성이 울리자

최초의 낙법인 듯 마지막 낙법을 하듯

수직으로 추락했습니다

어떤 발길도 닿지 않은 곳에 꼭꼭 숨은

까투리의 몸을

시간이 파먹는 동안

채 소화되지 않은 장뇌삼 씨들은 싹을 틔워

산삼이 되었습니다

 

까투리가 낳은 새끼 꿩들 같은 산삼들은

산속 여기저기에 숨어

“심봤다~”

이재에 눈이 먼 산울림이 되어 이산저산 헤맵니다

 

□ 시작노트 □

 

산속에서 심마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산 속에서 떠들거나 소리를 지르면 곰이나 멧돼지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 속은 산신령의 영역이기 때문에 가급적 말을 줄여야 산신령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고 믿었다. 다만 산 아래에서 사용하는 말 대신 은어를 사용한다.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라고 세 번 외친다. 하지만 산삼을 발견한 사람이 혼자 차지하자고 약속한 독메일 경우에만 그랬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가 ‘심봤다’라고 외치면 일행들은 모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야 한다. 그 심마니가 일대를 살펴보고 더 이상 산삼이 보이지 않으면 동료 심마니들에게 찾을 것을 허락한다. 그 다음에야 동료 심마니들이 다른 산삼을 찾게 되는 것이다. 법보다 더 법 같은 심마니들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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