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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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653회 작성일 20-04-02 09:30본문
아버지 이야기
맨 발로 언 땅을 딛던 종달새가
파란 풀잎을 물고 꽃송이에 몸을 비빈다.
어느 봄날 발을 헛디뎌 깊은 수렁에 빠져
헤쳐 나오려 허우적거리다
목련 꽃 잎처럼 떨어져 가버린
당신의 애처로운 눈빛 같은 아지랑이가 어른거린다.
태산도 짓누를 빚더미에 경추를 눌려
사족이 묶인 채 어느 골짜기에 주저앉아
유배 자처럼 제한되었던 생애마저
무참하게 짓밟혔던 그 잔인한 기억에도
뿌연 연무를 일으키며 봄은 왔다.
할미꽃 무덤가에서 딸네 집을 굽어보고
살구꽃 곱장소(沼)굽어보며 피던 날
아리랑 구슬픈 가락 산 메아리에 태워
어느 하늘 너머로 날려 보내시며
하루하루를 버거운 빚짐을 벗어버리려
날선 도끼로 세월을 쪼개시던
당신의 일그러진 손마디를 나는 보았다.
자신의 꿈을 전당포에 맞기고
오로지 아르파공(Harpagon)의 코뚜레에 끌려
세월을 도둑맞았던 당신의 가엽은 얼굴을
나는 심장 언저리에 인화(印畫)하였다.
몇 번의 봄은 잠금장치를 녹슬게 하고
패스워드마저 모두 빼앗아버렸다.
영화 화면처럼 어이지는 세상 사연들은
당신의 이야기마저 흑백영화가 되었다.
진달래꽃이 봄바람에 정신이 혼미하던 날
나는 당신 화면의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2020.4.2
댓글목록
시앓이(김정석)님의 댓글
시앓이(김정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짙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하루가 되세요.
박인걸님의 댓글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정식 작가님 감사합니다.
처음 보는 분들에 대하여 낯을 가리는 습성이 있어서
먼저 접근하기에 두려워했는데
먼저 찾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운 시향 감사합니다
건강 하셔 좋은 만들어 가요
존경합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지난날 아버지의 쓰라린 삶을 반추해보는 철없던 아들의 눈물어린 얼굴을 보는듯 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 마음이 뭉클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많이 표현을 하지만
사실 아버지에 대해
그리 글이 많지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느끼며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힘내십시오.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의 한 신처럼 떠오르는
아버지에 대한 깊고도 깊은 사랑
그리고 그리움까지 참으로 애틋합니다
소중한 작품 감사합니다
무탈하신 날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년 부모님이 애지중지 하시던 자목련을
은행나무 그늘에서 옮겼더니
올해는 그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어
가슴 아픈 봄날이 되었습니다
무탈하니 행복한 봄날 보내시길 빕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묘사력에 감탄하여
찬사를 보내니, 받아주시옵소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19에 피해를 보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항상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