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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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위
한 번도 굴러보지 않은 바위가
풍상(風霜)에 몸을 다듬으며 앉아있다.
워낙 점잖고 몸가짐이 무거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내심 부럽다.
새가 앉았다 떠나가도 발자국이 남지 않고
나무 열매가 떨어져도 받아 갖지 않는다.
비바람이 긴 긴 세월 흔들어도
미동(微動)없이 자신의 원칙을 지킨다.
비정하리만큼 거리를 두며
어떤 충격에도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그 앞에서 생각한다.
굵은 총알에도 가슴이 뚫리지 않고
포성(匏聲)에도 탄식하지 않으며
좀스럽고 쩨쩨하지 않으리라.
누가 숨어들 때면 그늘이 되어주고
언제나 아늑한 바람막이가 되리라.
뇌관을 박아 깨트린다면
한 채의 돌집으로 태어나리라.
지난 밤 빗물에 씻긴 바위가 더 커보인다.
2020.4.16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고향 마을냇가에 바위가 생각납니다
여름이면 멱 감다가 지치면 쉴 수 있는 등을 내어 주었죠
시향 감사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바위를 볼 때 마다 그 위용에 감탄하게 됩니다.
참 부러운 생각아 절로 납니다.
풍상에 몸을 다듬으며 앉아있다는 바위
워낙 점잖고 몸가짐이 무거워 삶에 대해서 생가하게 해 줍니다.
한 개의 크다란 돌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삶을 생각하면서 그 앞을 지날 때 많은 느낌을 줍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서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누군가에겐 의지가 되고
누군가에겐 그늘이 되어주시고 하며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바위가 되면 정말 좋죠
의미 있는 작품에 머뭅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시골 집이 느껴지는
묘사가 참으로 좋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바위 하면 사연이 있지요
쉬고 놀고 기대었던 곳이니까요
잘 감상했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바위가 있는 강산
수천년 넘게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 지키고
세상 돌아가는 걸 겪지 싶습니다
인간세상에도 그 자리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지 싶습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바쁜 중에 늘 더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