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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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변자
나는 그 사람의 왕당파가 아니다.
엑세스권에서 자주 만났을 뿐이다.
언제나 비아냥거리는 언사와
경멸스런 안광(眼光)으로 쏘아 볼 때면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스스로 성군(星群)의 옥좌에 앉은 양
호령과 명령어를 난발할 때면
항문(肛門)근처 분변이 멱통까지 역류한다.
야비한 눈동자에는 매정함이 굴러다니고
남을 업신여기는 미간에는
금수(禽獸)의 굵은 눈썹이 곤두선다.
그의 뇌를 조종하는 지시어는
어디로부터 탁송(託送)된 수취물이다.
동시대에 형성 된 도덕의식은
복원이 불가한 새까만 절망이다.
그의 새빨간 언어는 잃어버린 사회의 찌꺼기들이고
내가 그의 생각에 침을 뱉는 건
오제(吾儕)들의 미래를 사라지게 해서다.
오늘도 그 사람이 화면(畫面)에서 주절거린다.
익은 얼굴이 아니라 손질된 낯이다.
만지작거리며 내뱉는 활자들은
내 눈앞에서 창밖으로 황급히 도망친다.
나는 그에게 일말의 기대도 없다.
나의 심장(心臟)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었다.
저 사람은 나에게 아무개일 뿐이다.
2020.4.18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깊은 묘사에
탁월한 언어가 좋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길,
노정혜님의 댓글

좋은씨앗은 좋은 열매을 맺죠
꼭 그런 사람이 한둘은 있습니다
좋은 말은 제일 먼저 말 하는 자신이 제일 행복한데
습관입니다
눈과귀 입이 비뚤어진 사람
감사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어쩌다 누구의 대변자가 되었는지
예전엔 얼굴도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의 얼굴을 보면 참으로 보기 싫게 생겨
그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답니다
공감하는 작품 감사합니다
비 오시는 저녁입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다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