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 걸어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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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걸어간 길
나는 어떤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날은 이미 저물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갔다.
오고가던 사람들은 종적을 감추었고
도시를 빠져 나온 나는 신작로를 따가 걷다가
길은 점점 좁아져 어느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냇물은 보이지 않았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꺾으며 미친 듯 불었다.
손에 들었던 작은 등불은 바람에 꺼지고
내 손을 잡고 함께 걷던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덮어 별은 사라졌고
어두움이 담벼락처럼 내 앞에 가로막았다.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나는 머리끝이 섰고
미궁에 빠져버린 미아(迷兒)가 된 나는
깊은 두려움에 사라진 길을 찾으며 부르짖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길을 열어주세요.’
간이 저리도록 허공을 향해 눈이 뒤집혔다.
어디선가 한 줄기 음성이 가슴을 울렸다.
‘길은 네 가슴에 있으니 가슴을 열어라.
더듬으며 한 걸음씩 디디면 길이 열리리라.’
순간 내 가슴 속에는 용암이 끓어 넘쳤고
눈에는 구름위에 별이 보였다.
발걸음을 내 딛을 때 마다 흑암을 물러섰고
꽤 오래 걸었을 때 다시 길이 열렸다.
내가 가던 길이 지워진 것이 아니었다.
사라진 희망이 길을 지운 것이었다.
절망에서 희망을 품었을 때 다시 길은 열렸고
냇물은 둑까지 찰랑이며 흘렀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않아 노래 불렀고
걸어가던 동쪽 끝에서 태양이 빛을 뿜었다.
눈을 떴을 때 새벽 네 시 자명종이 울고 있었다.
2020.4.20
댓글목록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절망이라 생각하면
점점 더 늪 속에 빠져들어 가는데
희망이라 생각하면
모든 일이 다 아름다워진다 생각합니다
공감하는 작품 즐감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깊은 묘사의 힘에
위안이 되는 새벽녘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며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새벽 기도의 간절함 속에
새로운 희망의 길이 보이기 마련인가 봅니다
복권을 사야 간절한 기원이 이루어지듯
각자의 몫이 있지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가는 길에 어려움도 있고 하는
인생길에서 회망으로 나아가는 삶을
꿈속에서 걸어오면서 훌륭하게
묘사해 주셨습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서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다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