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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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604회 작성일 20-04-25 17:08본문
아침 안개
우리 마을에는 이따금 안개가 내린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도시를 지운다.
쓸어 담으면 한 컵도 안 되는 액체가
마술하듯 동네를 미궁(迷宮)으로 밀어 넣는다.
안개는 자동차 매연과 하나가 되고
아파드나 빌라 가스 연기와 손을 잡는다.
중앙난방시설 굴뚝의 흐릿한 기체가
안개 속으로 뛰어 들면 받아준다.
추운 날 아침 하얀 입김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안개 앞에는 화려한 불꽃도 사라진다.
안개는 비싼 차와 싼 차의 라벨을 지우고
윈도우에 진열된 고급 진열품을 지운다.
도로변에 매달린 간판을 지우고
자동차 엔진 소리를 없앤다.
안개는 가슴 깊이 파고들어 조급함을 지우고
나의 발자국 속도를 느리게 끌어당긴다.
안개는 아침을 하얀 밤이 되게 한다.
나는 안개를 매우 좋아한다.
안개 안으로 들어가면 내가 없어진다.
세상이 소란스러울 때면 가끔 내려온다.
나는 아직도 안개의 출처는 모른다.
쓸어 덮던 어머니의 치마폭이 생각날 뿐이다.
2020.4.25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우려낸 언어의 향기!
진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운 시향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치마폭 생각나네요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디서부터 오는지는 몰라도
때로는 안개 속에 갇혀보고도 싶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이
마음이 편안할 때가 있답니다
소중한 작품 즐감합니다
새로운 한주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침 안개는 어머니 치마폭처럼 언짢은것들을 쓸어 안나봅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침 안개는 어머니 치마폭처럼 언짢은것들을 쓸어안나 봅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이번 한 주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그럽습니다.
이따금 골목에 내리는 안개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도시를
캄캄하게 지워 버리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