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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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50회 작성일 20-04-27 06:33본문
어떤 노인
거울 안에는 한 노인이 서 있다.
정수리까지 흰서리 내리니
무정세월이 원망스럽다.
첫돌사진은 잃어버렸더라도
기억 속에 얼굴은 꾸밈없는 꽃이었다.
비 온 뒤 태양이 구름을 찢을 때
소년은 무지개 위를 걸었다.
하얀 눈이 푸른 강물에 쏟아지던 날
그녀와 나는 한 배를 탔다.
스러지는 갈대밭을 지나
금광(金鑛)지대를 달려가며
우리 둘은 생손톱이 빠지도록 흙을 팠다.
그 자리에 황금(黃金)은 없었고
발길에 돌멩이만 허무하게 차였다.
내가 읽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론은
나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
그럴 듯하게 그렸던 자화상을
갈기갈기 찢어 시궁창에 처박았다.
고락이 뒤섞이고 희비가 갈마드는
굴곡(屈曲)진 인생의 바둑판을 알듯하니
사람들이 나를 노인(老人)이라 부른다.
하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세월과 싸워온 계급장이 이마에서 빛난다.
2020.4.26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름 대로 열심히 살아온 삶은
후회할 일도 아쉬워할 일도 없지 싶습니다
주름살이 아닌 세월의 아름다운 흔적
누구나 한번뿐인 삶
부끄럽지 않게 살일이지 싶습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에는 아침을 꿈 꿉니다
속꼬 속꼬
사는것이 인생인것 같습니다
또 속을 지라도 내일의 꿈을 꿉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년은 무지개 위를 걸어 온 한 노인
정수리까지 흰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무정세월이 원망스럽기 한이 없겠지요.
그러나 그 노인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는 것은
세월과 싸워온 계급장이 이마에서 빛나기
때문이라는 귀한 노인의 삶을 보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서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청운의 꿈은 꾸던 소년이
이제 주름살이 많은
노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삶에서 나온 연륜이 아닐까요
공감하는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유의 깊이가
그림을 그리듯
세밀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어느 날갑자기 늙는 모습
무엇하다 이렇게 되었는지 깜짝 놀라
표정을 바꿔 다시 보지요
그래도 속일 수가 없었지요
흰머리 하나 둘 이제는 염색을 한답니다
늙는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지요
쉬고 놀지도 못한 인생이라서 그럴까요
너무 빠르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