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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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77회 작성일 20-04-28 06:49본문
어떤 두려움
해는 그 길로 걸어 방금 산을 넘었다.
밀려온 어두움이 골목을 덮으면
가던 바람은 길을 잃고 방황한다.
병정처럼 늘어선 전봇대가 불을 밝히면
사람들은 제각기 바쁘게 돌아가고
어둑한 주차장에 나 혼자 우두커니 서있다.
건너편 아파트에 불이 켜지고
꽃 잎 떨어진 마을 공원에도 인적이 끊겼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칠 때
그때의 두려움이 숨겨둔 뇌리를 건드린다.
그것은 언제나 이런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만성 조울증 같은 것인지 모른다.
나의 낡은 구둣발은 연신내 둑을 걸었고
안주머니에는 지폐한 장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봉천동 가는 버스는 두 번 갈아타야 했는데
고작 구멍 난 토큰 하나가 날 쳐다봤다.
나름대로의 포부(抱負)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근근이 고학으로 학문을 습득하던 때
허기진 창자가 파전 한 장을 원했으나
소원을 채워 줄 동전 몇 푼이 없었다.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갖추는 기간은
소유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았으나
가난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시간(時間)은
바늘로 손톱 밑을 파내는 아픔이었다.
지금도 어둠이 길 끝에서 밀려올 때면
어떤 두려움은 연신내 둑길에 나를 세운다.
2020.4.28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시,
머물다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두려움을 경험한 뒤에는 재차 비슷한 상황이 오게되면 불안한 마음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긴장시키나 봅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홍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으로 감상했습니다.
아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5월도 행복하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 버스비가 없어 먼길을 걸어서 다녔습니다
추운날 한시간 걷는것은 보통이었습니다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를 탈 수 있는날
한달에 몇번도 안됐습니다
그때가 생각나네요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어두운 길은 너무 두렵습니다.
예전겉지가 않은 듯 싶습니다.
어둠이 길 끝에서 밀려올 때면
어떤 두려움은 연신내 둑길에 세운다는데
동감하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남은 사월도 건강하셔서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5월을 맞을 채비들 하시고
고운 작품들 많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