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성(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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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679회 작성일 20-05-06 06:43본문
아버지의 성(城)
내가 눈을 떴을 때
아버지는 가파른 성에 갇혀있었다.
요각(凹角)이나 철각(凸角)에서 봐도 산이었다.
하루 종일 햇볕이 성안에서 놀다가
저녁이면 긴 노을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밤이면 별빛 달빛만 나뭇가지에 걸리고
구름 낀 날이면 성안은 그믐밤이 되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자유로웠다.
밤이면 등잔불이 아버지 마음을 지켰고
두꺼운 돋보기는 혼자만의 세계를 보는 눈이었다.
그 돋보기는 성구(聖句)를 확대했고
성구는 노끈처럼 아버지 눈으로 들어갔다.
깊은 성에 갇힌 아버지의 도구는
낫과 도끼와 호미가 전부였다.
그 땅은 불안한 성이어서
사람들은 하나 둘 도망쳐버렸다.
나는 그 성(城)을 탈출하자고 부추겼지만
아버지 신념은 말뚝에 매어있었다.
고집 센 노인은 스스로 찾아 온 성을 좋아했고
거기서 결국 눈을 감았다.
그 성에는 사시사철 고운 꽃이 핀다.
나도 그 성에 갇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020.5.6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 피고 산새 노래하는 성
개울 물소리 경쾌하고 인심또한 고운곳
그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5월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표현의 시심,
잘 감상하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안행덕님의 댓글
안행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를 그리는 효심이 보이네요
나도 그 성에 갇히고 싶다
그리운 맘 간절함이 애절합니다
고운 시어에 공감 한표 찍고 갑니다 시인님 ...........^^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의 성
당연하듯 살아왔지만
여태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고
따뜻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