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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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형인
박찬일
솥단지 속으로 사람이 던져졌다.
묶인 눈이 윤시월 동태 눈알처럼 뀅한데
아궁이에는 불씨가 없다.
형리가 팽형인의 죄를 구경꾼들에게 큰소리로 고한다.
「누군가에게
살아도 산 자가 아닌
죽어도 죽은 자가 아닌
이름 없는 죄인이요.」
묻혀 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도달하는 시간들은 모두다
우리의 부끄러움과 치욕의 열매들일 때
눈은 동태보다 더 희여멀건하고
말라버린 눈물은 돌덩이보다 단단해
굳어진 가슴 속에서 얼마나
메마른 울음을 소리내어 울어버리고 싶었던가?
시간의 기록은 정직하다.
메마른 후에 우는 대숲의 잎처럼.
그리고 그렇게
지난 시간을 메말라 살라버리고 싶은
불타는 별이 되는 팽형의 날이 있다.
2019.10.29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발길 고맙습니다.(__)
안국훈님의 댓글

제대로 효도 한번 하지 못했으니
언제나 죄인의 마음으로 살게 되지 싶습니다
봄비가 다시 메마른 대지 적시듯
그리움은 일상의 활기를 불어넣듯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소중한 시간들,대상들,그리움이라 말하던 사연들 마져 모두 보내고 돌아다보면
어느새 내가 죄를 안고 간다는 생각이 들 때 생기는군요.
발길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