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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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목원 나무 벤치에서
우연히 나는 그의 독백을 엿들었다.
안경 속의 흐린 눈은 시름에 젖었고
온갖 번뇌가 그의 표정을 붙잡았다.
태양은 계수나무 끝에서 놀고
새들은 갈참나무 가지에서 지줄 대고
산철쭉 꽃이 분홍빛 웃음을 토해도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나의 행복은 냇물처럼 흘러갔다.
아름다운 꿈은 꽃잎 되어 흩날렸다.
할당 된 시간들을 누이처럼 믿었더니
놀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숨기지 않은 보물찾기에 골몰하다
빈 깡통 더미에 초라하게 파묻혔고
사라질 것들만 골라서 흠모(欽慕)하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목말라 헤매며
이유 없는 사람들만 미워했다.
홀연히 태고 적 원시림에 드니
만병초 꽃잎은 아픈 기억들 지우고
은은한 보리수 향에 허무함을 잠시 묻는다.
바다 빛 구상나무 가지 내손 잡아주고
최고령 울릉 향나무 향이 가슴을 닦는다.'
복자기 나무 우람한 그늘이 그를 덮을 때
고단하던 표정이 은방울꽃처럼 피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2020.5.7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그날 수목원 나무 벤치에서
우연히 그의 독백을 엿들으면서
무언 중네 대화를나누셨나 봅니다.
고단하던 표정이 은방울꽃처럼 핀
누군지 모를는 그 사람의 독백을
저도 들으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어버이 날 아침입니다.
건강하셔서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사람마다 가슴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한다면
수 없이 많은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이웃에게 말 못할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요
혼자만이 하늘에 묻고 있는 마음
말 없이 하늘에 그리며
하늘과 함께 혼잣말로
혼자 자신과 나눌 때가 있지요
잘 감상했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시인님께서는 지난 어느날 자연속에서 우연히 알수없는 그 누구의 독백을 엿들으셨나 봅니다. 마치 무대의 배우가 홀로 쏟아놓던 그런 대사였나 봅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봄비 되어 내렸다가 냇물처럼 흘러가고
꽃으로 피었다가 꽃잎 지더라도
한 생은 아름답고 의미가 있지 싶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서로에게 향기가 되고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고운 시심,
머물며
마음 전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박인걸님의 댓글

다녀가신 여섯 분께 감사드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식물들에게는 부페가 전달되고 있습니다.
고운 토요일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