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回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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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496회 작성일 20-05-10 06:49본문
회상(回想)
참 먼 길을 걸어왔다.
그 딱딱한 버덩길이 힘에 겨웠고
안개 낀 골짜기는 극도의 초조였다.
한 겨울 새벽 한강교를 건널 때는
마지막 자존심을 뽑아 강물에 던졌다.
숫한 서울거리에 나의 젊음을 깔았고
낮은 변두리 좁은 골목길에서
나의 영혼은 매일 눈물을 쏟으며 서 있었다.
수수가 붉게 익는 길가 밭에서
허수아비를 붙잡고 논 기억이 씁쓰름하다.
비온 후 무지개가 가슴에 서릴 때가
아마도 가장 행복한 설렘이었던 것 같다.
걸어 온 발자국을 트럭에 담는다면
이 세상 차들이 모자랐을 것이다.
들 노루처럼 어떤 비탈을 뛰어다녔지만
매일 뒤숭숭하고 조마조마 했다.
내가 가장 잘 한 일 하나는
모색(貌色)이 은은한 한 여인과 산일이다.
조문객이 저녁 길에 왕래하더라도
나는 아직도 내 영혼을 책속에 가둔다.
궂은 비가 종일 내리는 날엔 회상이 어둡다.
2020.5.9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묘사력에
그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구진비 오래도록 내리면 회상의 길도 어두운가 봅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시인님의 시를 읽고
저도 그 아련한
뒷 날을 돌아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아온 삶을 돌아 보면
기쁨도 있었겠지만 아픔도 참 많았죠
모색이 은은한 여인과 사신 것도
참으로 잘한 일이시구요
고운 작품 감사합니다
새한주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노라면 희비애락이 뒤섞인 채
저마다 땀범벅 눈물범벅이 되더라도
가끔 뒤돌아보며
갈 길 잃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지 싶습니다
고운 오월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세상 사는 길을
뒤를 돌아 보면 너무 먼 길입니다.
지나 놓고 보면 단순에 달려온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 없이 먼길인데
아직도 가고 있습니다.
참 먼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비내리는 날 회상하시는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공간에서 문우님들과의 사귐이 늘 행복한 시간입니다.
평안들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