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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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왜 점봉 산인지 모른다.
그 산이 꼭 야생화 천국만은 아니다.
구름이 그 산을 넘을 때마다 부서졌고
떨어진 조각들이 아랫마을로 흩어질 때면
마을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가시철망이 촘촘한 산 아랫마을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아이들이 군가를 불렀고
사람들은 철조망에 갇힌 나를 군바리라고 불렀다.
얼차려에 혼이 빠져 점봉산 메아리가 되고
자갈 밭길을 무릎으로 길 때면 햇살도 사라졌다.
눈을 뜨면 언제나 가파른 산이 서 있고
계절마다 다른 색깔이 눈동자를 염색했다.
거기는 늘 바람이 울며 지나갔다.
잡초가 뒤덮인 황무지에는 갈대가 울었다.
불규칙한 골짜기에는 안개도 어지러웠고
붉게 타던 가을 산만 내 가슴을 끌어당겼다.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이 깊은 숲으로 숨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점봉 산을
온 몸을 다해 멀리 밀어냈다.
그 땅은 나에게 영원한 이방 땅이었다.
점봉산 구름이 폭설을 퍼부어 길을 막았지만
나는 눈길을 헤치며 멀리 도망쳤다.
나는 가끔 추억을 주우러 그곳에 간다.
2020.5.13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까지 깊은
숲으로 숨어 버리는 지우고 싶은
무서운이 기억되는 산인가 봅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구름이 부서질 정도로 높아도
군가소리 들리고 소총소리 들리던
숱한 이야기 스며있는 산
이제는 세월 따라 그리움으로 물들어갑니다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깊은 묘사력에 감탄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소망하며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죠
그 당시에는 참 무섭게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 싶습니다
그래도 잘 견디고 오셨기에 오늘이 있죠
소중한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