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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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94회 작성일 20-05-14 04:38본문
점봉산
왜 점봉 산인지 모른다.
그 산이 꼭 야생화 천국만은 아니다.
구름이 그 산을 넘을 때마다 부서졌고
떨어진 조각들이 아랫마을로 흩어질 때면
마을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가시철망이 촘촘한 산 아랫마을에는
머리를 짧게 깎은 아이들이 군가를 불렀고
사람들은 철조망에 갇힌 나를 군바리라고 불렀다.
얼차려에 혼이 빠져 점봉산 메아리가 되고
자갈 밭길을 무릎으로 길 때면 햇살도 사라졌다.
눈을 뜨면 언제나 가파른 산이 서 있고
계절마다 다른 색깔이 눈동자를 염색했다.
거기는 늘 바람이 울며 지나갔다.
잡초가 뒤덮인 황무지에는 갈대가 울었다.
불규칙한 골짜기에는 안개도 어지러웠고
붉게 타던 가을 산만 내 가슴을 끌어당겼다.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이 깊은 숲으로 숨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점봉 산을
온 몸을 다해 멀리 밀어냈다.
그 땅은 나에게 영원한 이방 땅이었다.
점봉산 구름이 폭설을 퍼부어 길을 막았지만
나는 눈길을 헤치며 멀리 도망쳤다.
나는 가끔 추억을 주우러 그곳에 간다.
2020.5.13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M16 소총소리는
산과 산 사이에서 콩을 볶았고
놀러왔던 산 까치들까지 깊은
숲으로 숨어 버리는 지우고 싶은
무서운이 기억되는 산인가 봅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름이 부서질 정도로 높아도
군가소리 들리고 소총소리 들리던
숱한 이야기 스며있는 산
이제는 세월 따라 그리움으로 물들어갑니다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묘사력에 감탄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소망하며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죠
그 당시에는 참 무섭게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 싶습니다
그래도 잘 견디고 오셨기에 오늘이 있죠
소중한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