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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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나무
헉헉대며 오르는 절골 언덕에는
보리수 몇 그루 마주보며 지껄인다.
갈참나무 숲 사이에 외로이 서서
히끄무레한 꽃잎 진한 향을 내뿜으며
가녀린 바람에 여린 팔을 흔든다.
태생적 잡목의 운명이지만
나름 스스로 갈고 다듬어 소탈한 모습으로
삼림의 구색을 맞추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동 초 몸을 꼬며 기어오르고
찔레꽃 어설프게 바람에 나부끼는데
보리수나무는 의젓이 서서 하늘만 본다.
거목(巨木)의 꿈을 일찍 접고
겸손하기로 다짐할 때 오히려 단단했다.
바람에 심하게 흔들릴 지라도
강한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화려함이나 누구의 이목을 집중시킬
흠모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해도
고유한 자기 빛깔을 내며 사는 철학이 있다.
여기저기 키 작은 묘목이 쳐다보고
종목(種)木)은 꺾일 줄 모르는 의지가 있다.
더디지만 이 땅은 보리수의 영역이 되리라.
검은 등 뻐꾸기 숲에서 울고 있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딱히 다른 표현이 없다.
보리수나무도 우스운지 몸을 흔든다.
2020.5.26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보리수 나무와 뻐꾸기의 주고받는 대화에서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태생적 잡목의 운명인 보리수나무
살면서 나름 스스로 갈고 다듬어
소탈한 모습으로 삼림의 구색을
잘 맞추어 존재감을 드러낸
강한 보리수나무가 된 셈입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하실 때
보리수 나무 아래서 하셨다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겸소함을 알고 소박한 나무이기에.......
소중한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고운 작품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보리수 열매를
뻘뚝이라고도 하지요.
좋은 시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