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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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46회 작성일 20-06-07 04:33본문
잔인한 6월
봄과 여름의 중간지대에 와 있다.
할당 된 몫의 꽃들이 절반 이상 다녀갔다.
그 비릿한 밤꽃이 순서에 따라 피던 때
역겨운 꽃냄새 대신 비말(飛沫)이 무서워
중상자(重傷者)처럼 구비(口鼻)를 틀어막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는 계절에 끌려간다.
6.25전쟁만큼이나 잔인한 올해 6월은
총성 없는 전쟁에 매일 초조하다.
대구에서 첫 교전으로 대승을 거둔 코로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게릴라처럼 습격했다.
이태원 발 확진 자 숫자가 전상자 소식처럼 퍼지고
부천 쿠팡 발 확진자, 인천 개척교회 발 확진자,
신림동 방문판매 발 확진자 발표에
모여 앉은 여인들이 핏대를 높여가며 분노한다.
우한 발 코로나의 반란(反亂)은
치명적 무기로 5개월 만에 지구촌을 점령 했다.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폐렴은 새앙 쥐처럼 성문을 뚫고 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만큼이나 지루한 전쟁은
종전(終戰)의 예측이 오리무중이다.
그 고운 꽃잎이 천만송이 바람에 흩날리고
제 모양대로 생긴 나뭇잎들은 엽록소를 발산하는데
오만한 인간들만 바이러스에 쫓기고 있다.
걸어오는 사람마다 나에겐 적이다.
기저질환에 약봉지를 든 나는 한 방에 간다.
명분 없는 죽음이 가장 두려워서
오늘도 나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있다.
지루한 여름 장마까지 다가온다니
내 생애에 가장 인정 없는 6월일 것 같다.
2020.6.7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세상이 변한다 하더니
전염병으로 이렇게 변할 줄이야
서로가 싫은 눈치 반가워도 마음뿐
거리 두기에 더 멀어지는 정 큰일 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빨리 제 자리로 돌아와
활기찬 모습들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인한 4월이라 했는데
4월도 잔인했지만 6월도 잔인하네요
어찌 코로나는 떠날 생각을 않고
자꾸만 턱밑으로 밀고 와서 겁이 납니다
고운 작품 즐감합니다
남은 휴일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코로라의 기승으로
각종 세미나나 모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지만
덜 치명적인 젊은이들은 덜 걱정하는 것 같아
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늘 건강 먼저 챙기시며 고운 유월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인한 달은 유월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얼눅져
피참하게 쓰러진 유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월요일 아침, 한주간도
행복하고 즐거운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