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교차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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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84회 작성일 20-06-09 15:01본문
마을교차로에서
빨간 사람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그 사람이 서면 나도 따라선다.
파란 사람이 걸어갈 때
나는 그 사람처럼 흰 무늬 선을 밟고 건넌다.
하얀 선 앞에 선 차들은 눈만 멀뚱거린다.
길가 프라다너스는 춤을 추지만
중앙분리대 매연 뒤집어 쓴 페튜니아 가엽다.
어린 아기가 마스크를 쓰고 엄마 손에 매달려갈 때
창백한 얼굴이 측은하기만 하다.
앰뷸런스가 소란스럽게 신호를 어기며 달린다.
사람들이 수군대기를 삼거리 빌라에서
코로나 확진 자가 발생했다 한다.
나는 갑자기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느슨한 마스크를 끌어올린다.
내 옆에 선 사람이 두렵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미워진다.
동네 교차로 신호등의 지시를 율법처럼 지키지만
오늘처럼 지루한 시간은 처음이다.
바람이 내 쪽으로 불어올 때
나는 반사적으로 가로수 뒤에 숨었다.
아름다운 6월 하늘이 어둡게 보이고
아는 이웃이 반갑지 않다.
달리는 차들만 아무것도 모를 뿐
교차로에 선 사람들 감정은 출렁거린다.
길거리에 나서는 일이 두렵다.
2020.6.9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빨간 사람이 차렷하고 서면 나도 따라서고
파란 사람이 걸어가면 나는 그 사람처럼
흰 무늬 선을 밟고 건너가는 멋진 표현에
박수를 보내면서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사는 모습이 달라졌어요
이웃 정도 옛날 같지 않고요
하루 지나기가 너무 피곤 하지요
잘 감상했습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연일 코로나 확진으로 극히 예민합니다.
작가님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 이런날이 올것을 예감치 못했습니다
준비 없이 지금 현실에 노출됐습니다
코르나가 지나가면 또 어떤 재앙이 우리를 향할지 모릅니다
완전히 습관을 바꿨습니다
현실이 어디로 흐를지 암담합니다
살고 봐야 좋은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셔 좋은 날 만들어 가시길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우이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