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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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30회 작성일 20-06-21 10:03본문
마로니에 나무그늘
칠엽수라 부르는 마로니에 나무가
아파트 정원에 넓은 파라솔이 된다.
지난 가을 탱탱 여문 열매를 깨물 때
그 씁쓸한 맛에 단번에 뱉어냈지만
우아한 모습과 멋진 이름에 반한 나는
일본산이라지만 원죄를 묻지 않았다.
마로니에 그늘에 앉기만 하면
낙엽 지던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검은 눈썹의 껌뻑이던 그녀의 눈망울이
내 마음을 사로잡던 추억에 잠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잎이 흔들릴 때면
그녀의 고운무늬 치맛자락이 보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사각거릴 때면
소곤대던 그녀의 귓속말이 들린다.
누군가를 사랑한 고운 기억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보석처럼 빛나고
어떤 날에는 가슴을 금빛 물감으로 물들인다.
이제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없겠지만
가슴깊이 묻어둔 젊은 날의 그리움을
아직은 꺼내 만지작거릴 수 있어 행복하다.
짙푸른 나뭇잎들도 나처럼 늙어
첫 눈이 내릴 즈음이면 곤두박질 칠 테지만
질 때 지더라도 지금은 푸르러 좋다.
추억마저 접어야 할 날도 오겠지만
아직은 기억이 치매에 걸리지 않아 행복하다.
방금 뭉게구름이 그늘을 지웠다.
2020.6.20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고 넓은 묘사입니다.
세밀한 이미지가 아름답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로니아 나무 숲이 좋이 여름엔 사랑 받지요
박인걸 시인님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그 열매 입에 넣었다 혼났지요
달콤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 사랑 그 추억 처럼요
나무 그늘로서는 제격
이제 그 추억 만들시간도 다 접힌 것 같아요
잘 감상했습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藝香도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로니에 그늘에서의 추억은
평생 잊히지 않고 기억이 되어
그 나무만 보아도 다시 추억해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날입니다
소중한 작품 감사히 감상합니다
더운 날씨지만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