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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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90회 작성일 20-07-04 08:34본문
나에게 쓰는 편지
오늘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쓴다.
고향 탈출 반 백년세월에 세상이 열 번 변했다.
비포장 뽀얀 먼지 길은 고속도로가 놓이고
산을 뚫어 뻗은 도로는 하룻길을 단(短)시간으로 줄였다.
굽이굽이 넘던 고갯길은 추억에 묻히고
초라한 길옆 오막살이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금강운수 직행버스에 두 살 아들, 아내와 나는
그 해 2월 눈 쌓인 아홉사리고개를 넘었다.
미래를 향한 모험(冒險)은 몸짓을 굳게 했지만
희망을 향한 도전으로 맘을 바꿀 때
공중을 나는 한 마리 행복한 새였다.
고단한 서울 생활은 매일 지치게 했지만
가슴속에 담은 꿈이 있어 심장이 달궈져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고난의 길을 걸어가려
강산이 몇 번 변할 세월을 학문과 씨름하고
자주색 금색 술이 달린 박사모를 쓰면서 울먹였다.
절망의 골짜기를 통과할 때 많은 눈물을 쏟고
고독한 들판을 걸을 때 낙심했지만
아침마다 들려오던 어머니 기도소리와
희망을 풍구(風甌)질 해준 아내의 끈기가
나를 나 되게 한 견인차였다.
기어오르던 가파른 계단에서 휘청거렸고
한설(寒雪)을 맞으며 한강대교를 건너던 새벽 기억은
아직도 심장 언저리에 상처로 남아있다.
남들은 나를 입지전적이라 말하지만
아직도 나는 버리지 못한 꿈이 많다.
세 아들의 아내는 잘 익은 포도송이 같으며
궁전 식양(式樣)대로 다듬은 조각품 같은
손주들 재롱에 노년이 낙락(樂樂)하다.
어릴 적 추억을 자아올리는 분홍 접시꽃
벽돌 집 울타리 곁에서 활짝 웃고
고단할 때 위로를 주던 분홍 빛 자귀나무 꽃이
청아한 향기를 창가로 배달한다.
오늘은 삶이 보람 있다고 크게 느껴진다.
2020.7.3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추억을 걸릴다 갑니다 박인걸 시인님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신을 그린
자화상 같은
한 편의 시심에
기대어 머물다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경합니다 꿈을향한 걸음이 지금 자가님을 만들어 셨습니다
꿈을 만들고 결단의 걸음이 지금의 박인걸 작가님을 탄생켜 했습니다
존경합니다 축복합니다
건강하시셔 더 좋은 삶이 탄생되실것을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