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수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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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수달의 사랑
남산 서쪽 은냇골에 사는 어느 사내가 하루는 마을 어귀의 냇가에서 수달 한 마리를 잡게 되어 살은 다 발라먹고 남은 뼈는 마당에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그 뼈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어서 핏물이 떨어진 자취를 가만히 따라가 보았더니 그 뼈가 제 살던 옛 굴로 돌아가 어린 새끼 다섯을 감싸 안고 있었다. 탄식하며 걸음을 옮기지 못했던 그 사내는 끝내 머리 깎고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우리나라에 갓 태어나 버려지는 신생아가 한 해에 3천 명이나 된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 나도 탄식하며 마음을 옮기지 못 했었거니, 죽어서도 온몸으로 자식을 껴안는 짐승과 살아서도 자식을 쉽게 버리는 사람에 대한 깊은 탄식 사이에서 자식 버린 이야기를 세상으로부터 또다시 듣게 될 때마다 나는 하얗게 뼈의 마음만 남은 이 어미 수달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아, 죽음도 까먹은 그 어미 수달이 이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할까고?
주석: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혜통 스님의 출가기이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글 감사합니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