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강의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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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강의실에서
시도 많고 시집도 많지만
시와 같은 삶이나
시와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시를 읽어서 시 같은 사람이 되지 못하면,
시를 쓰는 일이 시 같은 삶의 징검다리가 되지 못하면
시라는 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집에 쌓여 있는 수많은 시집을 버리면서
내가 시간을 쏟아 쓴 수많은 시들을 지우면서
나는 저걸 통해 뭘 얻었나,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소용돌이와 속류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움과 자유스러움이라는
두 발걸음으로 세상을 걷게 하는 게 아니라면
시정(詩情)을 가슴에 키우는 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요컨대 삶의 거울이 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거나 시일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이가 썼든 제대로 된 시라면 그것은
자신을 깨우고 그 힘으로 세상을 깨우며
내 생의 거짓 없는 얼굴도 비추고
그 속에 숨겨진 내밀한 내면도 비추고
과거와 현재를 비추면서 미래까지 비출 테니까요
아울러,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과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귀도 담아내면서
세상사 온갖 빛과 음영도 함께 비출 테니까요
그 반듯하고 속 깊은 거울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서서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게
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출발점이 아닌가 해요
때문에 시는 마음이라는 거울을 닦는 일로부터
그 첫 단어가 쓰이는 것 같아요
그것은 삶의 무궁한 진선미를 찾아내는 일이자
깨어있는 마음을 밝히는 횃불과 같은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내가 쓴 시가 나 자신에겐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그런 좋은 거울 하나쯤 된다면 좋겠지요
영혼을 비추는 수정 같은 값없는 거울은
시가 아니면 결코 쉽게 얻을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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