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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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
삼복 지경에
매미 소리 자지러지더니
노송 그늘에 누워 되새김질 하던
암소들은 워낭소리 내며
먹이를 찾아 산으로 나서고
우두커니 혼자
솔 그늘에 앉아 있노라면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똥을 빗어 가는 모습이
나는 하도 우스워,
혼자 옷고만 있었다.
그런데 쇠똥구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째러보며 왜, 웃느냐고 따진다.
제 딴에는 먹고 사는일로
큰 일을 하고 았는데
왜 웃느냐고,
잔뜩 화가 난 쇠똥구리 두 마리,
지금 웃고 있는 당신은
우리처럼 힘을 모아
똥을 빗어 굴리며 살아 본 적이 있느냐고,
이 땡볕에 똥을 굴러 본 적이 있느냐고,
따지듯이 빤히 쳐다본다.
요즈음 세상
개똥 밭에 놀면서 우리 쇠똥구리 보고 웃다니!
쇠똥구리는 다시 따지듯이
하던 짖을 멈추고 나를 처다 보고 있다.
결국 오늘은
그냥 실없이 웃기만 하던 내가
머쓱해 지고 말았다.
댓글목록
시앓이(김정석)님의 댓글

고운 시심에 머물다가 갑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시향 감사합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똥굴리기 어려울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