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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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풀벌레 소리가 더 맑다.
유리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새벽잠 설치고
대문을 나서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와 서있다.
서늘한 기나긴 장마로
마음 먹고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여름
올 여름은 좀 그렇고 그러한 여름이라서
겨우 우는 매미,
그 울음 소리마져 애처로운 아침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갈 가을이 오는 소리
나뭇잎에 이는 소슬한 바람에
장맛비에 축 쳐졌던 지난 나날만큼이나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이래저래 물난리로 도진 상처를 안고 살아갈
이 가을에는 어디에 빌붙어 살아볼 거나 벌써
근심스러운데, 입추에 우는 귀뚜라미 소리 그렇고
어스름녘에 멀어져 가는 두견새 울음도 그렇고,
고향에, 내 고향에 가서
옛날 아버지처럼 가을이 붉게 타는 묵정밭에다
허수아비 하나 세워 놓고
콩깍지 타닥타닥 트질 때
오색 단풍에 붉게 타는 이가슴
한 저름 물고 가을 하늘 높이 날아 가라고
딱새와 콩새란 놈에게 부탁이나 하고
그 묵정밭에 내 마음 한 자락 내려 놓는
그런 가을이면 더욱 좋겠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가을 기을이다
마음도 살림도 풍요
아픔은 이젠 봇짐 싸고
행복이 가슴마다 채워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둠은 가고 밝은 날이 옵니다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두 달 이어지는 장맛비 속에서도
어느새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들리고
입추 절기도 지나갔습니다
봉부들의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장마 물러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