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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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28회 작성일 18-03-16 06:43본문
고로쇠 수액
가을이면 단풍잎 곱게
산을 온통 불태우는 고로쇠나무가
이른 봄날 고운 꿈을 꾸더니
갑자기 드릴로 허리를 뚫려
수액(水液)을 강탈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먼 조상 적부터 외롭지만 고결하게
고로(孤露)쇠 나무로 살아 왔더니
잔인한 직립보행자들의 탐욕에
고로(苦勞)쇠 나무로 운명이 바뀌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보혈은
온 인류의 죄를 씻는다지만
몇 푼 지폐에 눈먼 강도들에 의해
수액은 거래(去來)가 된다.
재작년의 상처에서 아직 고름이 흐르는데
또 몇 개의 빨대를 꽂으니
목재(木材)의 꿈은 멀리 사라졌고
지탱할 용기마저 잃었다.
바람 부는 날이면 구멍에 바람이 새고
상처에서 일어나는 통증은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도망칠 수 없는 나무는 오늘도
물통을 들고 다가오는 물 강도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2018.3.16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날 갑자기 허리를 뚫려
수액을 강탈당하는 고로쇄나무
고통을 겪는 고로쇠의 일생이네요.
도망칠 수 없는 나무
오늘도 물통을 든 물 강도들
저도 그 표정으로 내려다 봅니다.
귀한 시 고로쇠 수액에서 감명 깊게 감상하고 갑니다.
시인님 감사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봄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고로쇠 나무 그래도 원망하지 않고
아낌 없이 주는 사랑이 있습니다 박인걸 시인님
어머니 같은 큰 사랑
호월 안행덕님의 댓글
호월 안행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인걸 시인님의 인정에
고로쇠 나무도 감복 할것입니다.
고로쇠의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물을 빼먹는 사람들은
발 동동 구루는 나무의 아픔을 왜 모르는지
그래도 해마다 수액을 내 주는 나무가 참 기특하지요..^^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의 피를 빼먹는 야비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규탄하고싶습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분 시인님 감사합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이 건강에 진짜 좋은지도 모르겠구요.
아무튼 나무가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