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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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여행
큰누나가 어린 자식들을 두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나는 가슴이 아프도록 통곡했었다
아버지가 놀라셔서 내 방으로 들어오셨다
너무 슬프게 울면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나는 끝내 누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누나가 죽은 게 아니라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견딜 수 있었다
(그것은 상투적 비유가 아니라 간절하고도 유일했던 위로의 좌표였으므로!)
그간 세월이 많이 흐르고 흘러 슬픔과 울음도 거의 다 말랐고
나도 또 밤마다 통곡하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누나를 잊고 살아서일까,
이젠 훌쩍 20년이나 지났으나 아직도 누나는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곳 여행이 너무 좋은가 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더 아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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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부분은 있는 게 나을까요, 아님 없는 게 나을까요?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아픔도 슬픔도 흐릅니다
흐르면서 희석됩니다
잊는게 가신님도 편할것입니다
가신곳이 이곳보다 좋으니 오시지 않을것입니다
어젠가 다 가야하는곳
행복이 있는곳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지만
슬픔은 나눌수록 반감된다고 하지요
( ) 안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는게 더 좋지 싶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정취 속에
남은 구월도 고운 날 보내시길 빕니다~
金柱洙님의 댓글의 댓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