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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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가을
ㅡ 이 원 문 ㅡ
넣고 심고 뿌린 씨
덥다 하는 날에 그 잠깐
얼마 있어 저 찔레 잎
오그라져 떨어질까
빨간히 찔레 열매
더 붉어 볕 쬐고
봄날에 그 하얀 꿈
열매 송이에 담긴다
밭둑에 심어 놓은
애호박에 호박 넝쿨
동부에 팥 녹두는 얼마 전
소쿠리 가득 따 담았고
아직 먼 콩밭 옆
가지에 고추 퍼런 들깨
날마다 붉는 고추는
그렇게 따대도 따을 것이 많다
밭둑 넘어 보이는
볏 논에 누런 이삭들
저 논들 가운데 우리의 논
몇 가마니의 벼가 타작이 될까
참새 떼 쫓는 소리
누구의 목청이 멀어도 저리 큰지
이맘때면 여기나 친정이나
바쁜 일손에 모자라는 하루
식구가 다 모여도 하루가 짧고
날마다 고추 따 널기에 그 하루가 더 짧다
더 있으면 벼 베기에 더 바쁜 하루
누구의 집 품앗이를 먼저 해줄까
쉴참에 스치는 친정의 기억
나 어려서 알암 줍던 곳
그 나무들 그저 잘 자라는지
작은 바구니에 그 알암 반쯤 주웠고
감나무 밑 찾아가
달디 단 연시 그렇게 주워 먹었지
올려 보는 감나무의 빨간 연시
입맛의 그 미련 어떻게 참았을까
화둑 솥에 고구마 밤
김 서려도 더 기다려야 하는 시간
동생들 투정에 얼마나 속 상했나
여자라서 때려도 덤벼드는 동생들
엄마나 와야 한 몫 거들어 주지 않았나
이 나쁜 놈들 추억 속에 동생들
지금은 이야기 거리로 말 하면 도망가고
제 짝에게 이야기 하면 아주 숨는다
그렇게 가버린 날 흐르고 잊은 날
그러면 나머지는 잃어버렸단 말인가
지워지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
이 집 온지 엊그제 밭 양지 한 곳에 조용히 묻는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사계절 중 농부는 겨울이란 농한기 있었으나
어머니는 사철 늘 변함없이 바쁘기만 하셨지요
올 가을은 긴 장마 탓인지 들깨마저 흉작
한가위에 앞서 농부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행복한 금요일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어머니의 가을은 기쁨과 아픔이
혼합된 눈물의 가을이 아닌가요.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마른 날이 없겠지요.
그 놀라운 수고 아픔 힘들어도
힘들다 말도 못한 채 살아 오신
거룩하신 어머니의 가을
저도 불효자식이라 느껴집니다.
귀한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행덕님의 댓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어머니
누구나 그리워하고
추억이 가득한 이름 어머니
산딸기도 밭뚝도 고추도 고구마도 모두
어머니의 그림자를 담고 있지요
귀한 시어 속에 그리움 에 머물다 갑니다
아름다운 가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