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기억을 봉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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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을 봉인하다
-27년 전(1993년) 군대시절을 회상하며
자대 배치를 받은 첫날 점심을 먹고 나서
동기 세 명과 함께 신고식 연습을 하면서 계속 맞아야만 했다
목소리가 작아서, 문장이 틀려서, 박자가 안 맞아서
맞고 또 맞고 또 맞아야만 했다
고참은 주먹으로, 발꿈치로, 발로 구타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저녁을 먹고 점호를 마친 후 다시 취사장에 끌려가 또 연습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마늘 찧는 방망이로 머리도 맞고 발바닥도 맞아가면서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러가며 계속 구타와 맞닥뜨려야 했다
수도(手刀)로 목을 치기도 했고 돌려차기로 겨드랑이를 차기도 했다
신고식 연습을 위해 맞는 것이 아니라 맞기 위해 신고식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맞은 시간을 다 합치면 족히 일곱 시간은 되었을 것이니
그렇게 연습한 신고식을 받은 경찰 간부 중대장과 소대장은
바보가 아니었을 텐데, 그런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알아도 대략 모른 척 하지는 않았을까
그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지금 시대에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
고작 1분밖에 걸리지 않는 신고식을 위해 바쳐진 그 고통의 시간은
우리를 부른 내 조국과 국민들께 무슨 가치가 있었을까
국가가 공식적으로 허락한 폭력이 상식 아닌 상식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을 당연한 듯 견디며 소중한 청춘을 쏟아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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