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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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복종
학부가 없는 대학원이라서 학부 수업도 전혀 없고
고작 일주일에 한 번밖에 없는 대학원 전공강의인데도
강의실까지 내려오기가 싫어 지도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수업을 했다
수업 3시간 동안 계속 담배를 얼마나 피워대는지
하얀 담배 연기 가득한 굴뚝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담배 냄새를 너무나 싫어하는 나는
매번 그 곤욕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책상이 아니라 낮고 조그만 티 테이블과 소파용 의자에
다섯 명이 비좁게 붙어 앉아서 몸 한번 편히 움직이지 못했다
더더구나 자기 책상에 앉아 있는 교수와 등을 진 곳에 앉은 이는
서로 얼굴 한 번 못 보고 등을 진 채로 계속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이 너무 형편없어 딱히 들을 것도 배울 것도 없었지만
그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
배우지 못한 교수에게 뭔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불편해 하면서도 왜 아무도 항의를 하지 못했던가
책상이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자고, 담배 연기 안 맡으면서 수업을 받게 해 달라고
왜 누구 한 명 아무도 말 한 마디 못 했던가
윗사람에게 복종을 잘 해야 착한 사람이 되는 문화 속에서 복종에 너무 길들여져서인가
권위의 힘 앞에 비굴하게 주저앉아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못하며 굴종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서인가
그 이후에도 수많은 관계가 마음 한쪽을 접은 가면으로 이루어져 왔으니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때를 생각해 본다, 그런 온순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그런 마음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또 그 배움으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옛 우리문화죠
가을이 저물고 있습니다
날씨 찹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