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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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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운김주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27회 작성일 21-01-26 13:43

본문

너에게 가고 싶다

 

깨끗이 닦인 마루에 겨울 햇살이 은은히 비추듯이

 

심장 두근거릴 때 좌심방에 있는 피가 우심방으로 건너가듯이

 

입구가 곧 감옥의 시작이었던 통발의 끝을 해체하듯이

 

드넓은 초원에서 뭉개구름을 바라보며 신발끈을 묶듯이

 

저녁 창을 닫고 홀로 가만히 참회록을 쓰듯이, 혹은

 

봄비 그친 후 메일꽃밭을 찾아가는 나비처럼

 

다 영글기 전 열매에 새겨지는 바람의 지문처럼

 

처마그늘 속 하얀 고무신이 놓인 섬돌의 차분함처럼

 

무명베에 깃들어 있는 땀과 눈물의 간곡한 시간처럼

 

신부가 고운 손결로 처음 차린 첫날밤의 풋풋한 밥상처럼

 

어둠밖에 없는 심해 속에서도 제 길 찾아 살아가는 심해어처럼

 

모든 계절을 징검돌 건너듯 나는 날마다 너에게 가고 싶다

 

아직 찾지 못한 내 안에 미지와 내 밖의 끝없는 이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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