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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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太蠶 김관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75회 작성일 21-02-01 09:31본문
또 다른 노숙자
숲에 비 내린다
잠시 주저할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 뼈를 묻어야하는가
매연 가득한 잿빛거리에 마음 둬야하는가
장맛비에 젖은 한탄의 시간
숲에 대한 흠모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끝내 접지 못할 꿈이었을까
숲에 바람 분다
온 몸을 다해 수천수만 잎을 흔들며
행여 돌아오라는 반가운 소식 전해져올까
잉잉대는 전선줄에서 귀를 떼지 못하는 것이다
고향 길에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에 코를 벌름대는 것이다
먼 산 가을단풍소식에
바람의 가슴께에 매달려 흐느끼는 것이다
숲에 눈 온다
코앞이 백년 거리쯤 될
이웃한 가로수들 속살까지 다 벗어
아문 듯 보란 듯 눈꽃 피우고
세월의 무게를 벗어내고 있는 것이다
목 길게 빼고 까치발을 든 채
봄을 향한 비장함으로 버텨서는 것이다
숲에 봄이 온다
한 줌 햇살 녹아내리면
허공을 받쳐 들고 새들 노래 청해듣는 것이다
소풍 길 아이 보며 발길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전지(剪枝)당한 상처위에 희망을 꽃피우는 것이다
늘어나는 나이테의 아픔마저 잠시 미뤄두고
늘 그렇듯 또 한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숲이 어둠에 젖어든다
잠투정 이파리들 어르고 달래며
언젠가 숲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가로등불빛 아래 주문을 거는 것이다
신작로 저 멀리 숲길 그리워
서산에 해 걸어놓고 길을 묻는 것이다
밤마다 숲의 소식을 달빛에 묻는 것이다
별자리 짚어가며 이슬눈물 짓는 것이다
도시가 뿌옇다
오늘도 나뭇가지 끝에 걸린 희망을 본다
답답했을 도시가 푸르게 숨 쉰다는 것과
딱딱했을 거리가 살랑거린다는 것이
애초부터 가로수의 몫인가
인간의 몫인가 잠시 헷갈려도
거리마다 가득히 사랑이 피어올라
시련 이겨낸 꿈이 이뤄지길 비는 것이다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2월의 첫날,
결 고운 시상에 흠뻑 적시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또 다른 노숙자도
결코 이 깊은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월에도
늘 좋은 날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太蠶 김관호님의 댓글의 댓글
太蠶 김관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찬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