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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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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남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4회 작성일 21-02-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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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이남일

어디 반겨줄 산 하나 있다면
첩첩산중 비탈길을 가까스로 기어올라

뱃속에 가득 채운 산 아래 환상들을
걸음마다 소똥처럼 툭툭 내려놓고
냄새나는 세간 자랑일랑 훌훌 털어버리겠다.

돌 고른 기슭에 터 잡아 집을 짓고
풀벌레 산새 소리 신나게 들으며
텃밭에 살오른 고구마 메주콩을
멧돼지 산 꿩 불러 배부르게 나누겠다.

밤에는 문짝 없는 부엌 아궁이에
새털처럼 피워 올린 굴뚝 연기 둘둘 말아
별빛이 떨구는밤 이슬이나 틀어막고
초가지붕 이불 삼아 단꿈이나 꾸겠다.

아침이면 부신 햇살에 세수를 하고
저녁이면 노을 담은 강물에 목욕이나 하면서
껍데기만 남은 영혼이나 위로하겠다.

때마침 불어오는 진달래 꽃바람이
그래 얼마나 견디나 쫑알대기라도 하면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 대신
그냥 씩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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