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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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박종영
초록색 여름이 산마다 굽이쳐 흐르고
고운 물색으로 넉넉하게 흘러가는 강물,
모처럼 쉬는 날 부부가 다섯 살 아들과 나들이를 가고 있다.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아빠 자동차 바퀴는 어떻게 돌아가"하고 묻는다,
아버지는 진지한 어조로, 충전된 밧데리의 힘으로 엔진이 걸리고
시동이 되면 기름이 분사되고
구동축이 회전하여 어쩌고저쩌고 설명한다.
아들이 생소하여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 등 하다가,
스치는 바깥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엄마 자동차 바퀴는 어떻게 돌아가"하고 다시 묻는다
아들의 질문을 받고 잠깐 눈알을 굴리던 어머니,
거침없이 대답하기를 "빙글빙글",
아무일 없는듯 능청스럽게 스쳐가는 창밖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늠름하고 웃음기 가득한 지혜로움,
이 세상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슬기로운 대답이다.
원형의 굴레가 공기의 탄력으로 회전하는 바퀴의 율동
한마디 대화로 마찰의 아픔은 즐거움 되어 숨이 가쁘고,
둥그렇게 돌아가는 빙글빙글한 자유가 펄럭이는
오늘, 한편의 풍자(諷刺)가 즐겁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오늘이 즐거우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날 들
짙푸른 들녘처럼
우리 삶 지금 계절 같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재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