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몽(鄕夢)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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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10회 작성일 21-07-06 20:56본문
향몽(鄕夢)일기
어젯밤에 내가 또 그곳에 와 있었다.
낡은 신작로에는 차 바퀴문양 하나 없고
바위틈 해당화가 그때처럼 초라했다.
어머니가 심은 강냉이 밭에는
옥수수 개꼬리가 화분을 토하고
꽃가루 뒤집어 쓴 벌들이 나를 반긴다.
산과 산이 마주 일어 선 비탈 밭에는
독일제 붉은 감자 꽃이 파도치고
수수꽃 피려고 비를 기다렸지만
냇가 모래밭에는 여전히 가뭄이 들었다.
서낭당 신목(神木)은 속이 썩어문드러졌고
털뿌리까지 쭈뼛거렸던 기억은
꿈속에서도 왕거미처럼 따라붙었다.
내가 딛고 올라선 인(人)바위는
숲에 가리어 두 눈을 잃었고
낡은 갓 바위 터에는 무서운 사람들이 왕래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 집 앞을 온 종일 서성였지만
얼굴과 이름을 잊어버려 쓸쓸히 돌아섰다.
향몽 속 향가(鄕家)는 불속에 휩싸였고
내 비밀을 아는 애강 나무만 그늘을 내주었다.
2021.7.6
댓글목록
안행덕님의 댓글
안행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고향
꿈에도 그리운 그곳
시인님 시어 속 고향
아름 답습니다
꿈속에 또 가셨군요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매주 내리는 비님 덕분에
초목은 날로 푸르게 녹음이 짙어지고
텃밭은 늘 잡초와의 전쟁 중입니다
어느새 훌쩍 자란 옥수수를 바라보며 얼른 장마 물러가고
향몽 속 향기로 가득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