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혼미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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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혼미할 때가 있다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입구에
흩어져
모여 앉은 작은 새들이
풀숲에다
대고 연신 굽신거린다
풀잎에
가려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지난밤
비바람에 떨어진 풋 망고들을 콕콕 쫀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예의를 갖춘다고 절을 한다.
망고로
피클 담그면 맛있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
주위를
돌아보며 주우려 살피는데
일순
조용해지는 숲 속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한마디씩 말을 하는 것 같다.
돈
주고 사 먹지
왜
여기 와서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대느냐고
돈이면
다 된다고 하는 사람들,
나뭇가지에
앉아 무슨 비아냥이라도 하는 듯
저마다
쫑알거린다.
먹을
것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아
몇
알 주우려 했다가 도둑이 되고,
가난뱅이 취급을 당하고,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돈 벌기가 쉽지 않고,
쌓아두고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마음을
하늘
밑이 다 제집이고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살아가는 새들은 알까?
잠깐
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낙과
몇 주워 보는데 다 금이 가고 깨어지고 틈 사이로
작은
벌레들이 먼저 들어와 꼼지락거린다
그러고
보니 새들은 도둑보다 더한 강도 아닌가
새들은
지네들이 강도인 줄 알았을까?
몰랐을까?
새들이
앉았던 자리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빈
나뭇가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바람맞아 졸고
화살
땡볕은 신록을 뒤짚으며
오늘의
사건을 하늘 끝까지 전송한다마는,
아마
내일도
낙과는 떨어질 것이고,
벌레들은
끼어들고, 새들은 날아들고,
나
같은 어리벙벙한 사람 몇,
낙과를 줍느라 혼미할 게다
댓글목록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배우고 갑니다
성백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