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혼미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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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백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0회 작성일 21-07-09 18:30본문
사는 게 혼미할 때가 있다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입구에
흩어져
모여 앉은 작은 새들이
풀숲에다
대고 연신 굽신거린다
풀잎에
가려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지난밤
비바람에 떨어진 풋 망고들을 콕콕 쫀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예의를 갖춘다고 절을 한다.
망고로
피클 담그면 맛있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
주위를
돌아보며 주우려 살피는데
일순
조용해지는 숲 속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한마디씩 말을 하는 것 같다.
돈
주고 사 먹지
왜
여기 와서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대느냐고
돈이면
다 된다고 하는 사람들,
나뭇가지에
앉아 무슨 비아냥이라도 하는 듯
저마다
쫑알거린다.
먹을
것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아
몇
알 주우려 했다가 도둑이 되고,
가난뱅이 취급을 당하고,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돈 벌기가 쉽지 않고,
쌓아두고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마음을
하늘
밑이 다 제집이고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살아가는 새들은 알까?
잠깐
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낙과
몇 주워 보는데 다 금이 가고 깨어지고 틈 사이로
작은
벌레들이 먼저 들어와 꼼지락거린다
그러고
보니 새들은 도둑보다 더한 강도 아닌가
새들은
지네들이 강도인 줄 알았을까?
몰랐을까?
새들이
앉았던 자리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빈
나뭇가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바람맞아 졸고
화살
땡볕은 신록을 뒤짚으며
오늘의
사건을 하늘 끝까지 전송한다마는,
아마
내일도
낙과는 떨어질 것이고,
벌레들은
끼어들고, 새들은 날아들고,
나
같은 어리벙벙한 사람 몇,
낙과를 줍느라 혼미할 게다
댓글목록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배우고 갑니다
성백군님의 댓글의 댓글
성백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