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발 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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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 선인장
호월 안행덕
우리 집에 화려한 공작 한 마리 산다
목숨을 담보로 무성하게 자라나는 발
게 발 몇 개 잘라냈다고 죄가 될까 싶어
눈물은 못 본 척 게걸음으로
작별을 재촉해 동행했지만
살아있는 발을 잘랐으니 얼마나 아플까
낯설고 물 설은 타향 같은 은신처
작은 화분 하나 제공했지만
잘린 발로, 목발도 없이 혼자 일어서려
얼마나 힘들었을까
목마를 때 물 한 방울 준 일밖에 없는데
상처 난 발끝이 아물고 새살이 돋고
발끝마다 진분홍 꽃을 매달고 보란 듯이 웃는다
옮겨온 지 3년 차 발끝마다 꽃무늬 단장하며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꼬리를 활짝 펴고
아늑한 거실에서 대관식을 꿈꾼다
시집『삐비꽃 연가』에서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게발 선인장의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백원기 시인님 반갑습니다
늘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