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긴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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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여로
내가 거기서 첫출발하던 날
작은 마을은 텅텅 비어있었고
살짝 드러누운 비탈 밭이랑에는
흰 눈이 광목처럼 널려있었다.
문어발처럼 뻗어 내린 산맥은
숫한 이야기들을 골짜기에 채웠고
그 속 에서 자라온 나는
자연이 준 심장으로 계절을 노래하였다.
꽃 비 내리던 오솔길과
단풍잎 쏟아지던 오르막길을
아무 목적도 없이 걸어도 행복했다.
눈이 퍼붓던 벌판을 움츠리고 걷던 날에는
여름 소낙비를 그토록 그리워했다.
느릅나무에서 속잎이 돋아나던 계절에
내 꿈을 백 척 가지위에 걸었고
늦가을 달이 호수에서 목욕하던 날에
콜럼버스의 후예가 될 것을 결심했다.
지독한 탐험의 세월은 낡은 일기장에 갇혔고
아슬아슬한 삶의 곡예들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상에 세웠다.
긴 긴 여로에 이제는 기운이 빠졌지만
아직은 가득한 비경을 따라
마음에 작정한 그곳까지 걸어야 한다.
2021.8.16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시인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개척이라는 것 듣기만해 그 아픔을
잘 모르지만 시향이 풍기는 귀한 작품에서
'내가 거기서 첫출발하던 날
작은 마을은 텅텅 비어있었고
살짝 드러누운 비탈 밭이랑에는
흰 눈이 광목처럼 널려있었다.'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상에 세웠다.
긴 긴 여로에 이제는 기운이 빠졌지만
아직은 가득한 비경을 따라
마음에 작정한 그곳까지 걸어야 한다.'
대목에서 절로 머리가 숙여 집니다.
벌써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망서리다가
이제야 흔적을 남기면서 기립하여
큰 박수를 시인님께 드립니다.
앞으로 더 큰 주님의 사역을 담당하셔서
하나님의 큰 상을 받으시기를
주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